한반도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4·27 남북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시작한다.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한 여정의 첫걸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표어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다. 남북은 정상회담 일자가 정해지자 수차례의 경호·의전·보도·통신 실무회담을 개최했다. 남북 합동으로 정상회담 리허설도 했다. 역사적인 두 정상의 첫 만남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 위해 방송시스템에서 카메라 각도·조도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점검하며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정상 간 핫라인이 개통되고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선언을 했다. 대북·대남확성기 방송도 전격적으로 중단되면서 평화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2000년과 2007년 각각 열린 제1·2차 정상회담에 이어 1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세 번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만큼 중요하다. 1·2차 회담이 남북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텄다면 이번 3차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북이 냉전 구조를 해체하고 공존·공영의 새 틀을 짜자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상호 신뢰라는 단단한 초석이 있어야 한다. 신뢰를 잃으면 그 순간 항구적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으로 변해버린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며 원론적인 비핵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단기간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북미간 격차를 좁혀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이 완성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전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한국이 북한과 미국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회담 역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남북문제 해결의 주도적 역할을 자임해왔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말끔히 180도 달라졌다. 이처럼 한반도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단순한 외교술 때문만은 아니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진정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얼마 전 열린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주제는 ’봄이 온다‘였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 국민에게 설렘을 안겼다. 북한 김 위원장이 여기에 화답해 ‘가을이 왔다’라는 주제의 공연을 제안했다. 두 정상은 한민족의 염원을 가슴에 새겨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이를 실현할 구체적 실천과제들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이문수 기자 zkjok0000@hanmail.net